샵오브코리아 큐레이션
외국인 친구 선물, 출국 전에 챙긴 한국 소품들
방학 동안 한국에 들어와 있다가 다시 나가기까지 일주일쯤 남았을 때였어요. 짐 목록을 적다가 마지막 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선물. 같이 사는 룸메이트, 제일 친한 친구,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 얼굴이 줄줄이 떠올랐거든요. 떠나기 전에 "한국 갔다 오면 뭐 가져다줄게" 하고 큰소리를 쳐 놨는데, 막상 고르려니 막막했어요.

처음엔 '외국인 친구 선물'로 검색했고, 쇼핑몰 안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쳤어요. 펜, 등, 태극기. 태극기는 두 번이나 쳐 봤어요. 한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니까요. 그런데 화면을 내려 볼수록 친구들이 이걸 받아서 어디에 둘지가 그려지지 않았어요. 기념품 가게 느낌이 너무 강하달까요. 매일 손에 쥐는 물건이면 좋겠다 싶어서 결국 펜이랑 책갈피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걱정도 두 가지 있었어요. 캐리어 안에서 부서지면 어떡하나, 그리고 사람마다 다 다른 걸 줘야 하나.
제일 친한 친구와 룸메이트에게는 펜

제일 친한 친구는 늘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는 애예요. 그래서 펜은 꼭 넣고 싶었고, 그렇게 고른 게 금필 훈민정음 볼펜이었어요. 훈민정음 서체를 모티브로 한 볼펜인데, 상자를 열자마자 저도 모르게 "멋있다" 소리가 나왔어요.
노트 하나와 같이 묶어서 줬어요. 한글을 조금씩 배우던 친구라 펜에 들어간 글자를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읽어 보려고 하더라고요. 다 읽진 못했지만 "이게 한글의 시작이야?" 하고 묻길래 세종대왕 이야기를 한참 했어요. 펜 하나로 그날 저녁 이야깃거리가 생긴 거예요.
룸메이트에게는 조금 가볍게, 전통무늬펜2종-훈민정음을 골랐어요. 훈민정음 서체와 전통무늬가 들어간 펜 두 자루가 케이스에 같이 들어 있어서 따로 포장할 필요가 없었어요.
룸메이트랑은 부엌 테이블에서 같이 과제를 하는데, 다음 날부터 그 펜이 테이블 위 펜꽂이에 꽂혀 있었어요. 준 걸 바로 써 주니까 그게 제일 고맙더라고요.
여러 명에게 나눠 줄 작은 것들
수업 같이 듣는 친구들 몫은 금장책갈피- 매화나무로 정했어요. 금속에 금장을 입히고 매화나무 무늬를 뚫어 새긴 책갈피인데, 노란 전통 매듭 끈이 달려 있어요. 화면으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예뻐서 몇 개를 나란히 놓고 한참 봤어요.

작고 가벼워서 여러 개 챙겨도 짐이 거의 안 늘어요.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제일 먼저 피는 꽃이라고 말해 줬더니, 한 친구는 그 자리에서 읽던 책에 끼워 넣더라고요.

친한 여자 친구 한 명에게는 손거울小-담화나비를 줬어요. 자개로 모란과 나비 문양을 표현한 작은 손거울이고, 가로세로 6cm 남짓이라 파우치에 쏙 들어가요.
친구는 거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자개가 빛에 따라 색이 바뀐다고 신기해했어요. 깨질 수 있는 물건이라 옷 사이에 끼워서 가져갔어요.
오죽선-강강술래는 순전히 그림 때문에 샀어요.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도는 강강술래 그림이 들어간 부채인데, 들여다볼수록 마음에 들었어요. 대나무와 한지로 만든 수작업 부채예요.

받은 친구는 부채를 펼쳐 방 벽에 걸어 뒀어요. 그림 속 사람들이 뭘 하는 거냐고 해서 보름달 뜬 밤에 둥글게 돌며 노래하는 놀이라고 했더니, 다음에 다 같이 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탈열쇠고리-양반부네세트도 하나 넣었어요. 하회탈의 양반과 부네 얼굴을 작게 만든 열쇠고리예요.
양반탈 웃는 얼굴이 자기 아빠를 닮았다며 깔깔 웃더니 바로 집 열쇠에 달았어요.
뜯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 등
제일 오래 고민하다 넣은 게 미니좌등-사각기와예요. 기와지붕 모양 아래 한지와 목재로 짠 등인데, 사군자 문양이 들어가 있고 LED 전구를 써요. 높이가 30cm 조금 넘어서 책상 한쪽에 두기 좋은 크기예요.

들고 가다 망가지면 어쩌나 제일 걱정했던 물건인데, 받아 보니 박스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싸여 있었어요. 손으로 눌러 봐도 꿈쩍을 안 해서 뜯지 않고 그대로 캐리어에 넣었어요. 도착해서도 포장째 건넸고요. 그동안 신세를 제일 많이 진 친구가 그 자리에서 포장을 풀고 불을 켰는데, 한지 너머로 은은한 빛이 퍼지니까 한참 말이 없다가 "이거 한국 집 같다" 하더라고요.
다 나눠 주고 보니, 걱정했던 게 무색했어요. 사람마다 다른 걸 주니 각자 자기 것을 꺼내 보여 주며 서로 구경하느라 바빴고, 매일 쓰는 펜이나 책갈피는 그 뒤로도 자꾸 눈에 띄었어요. 깨질 만한 거울과 부채만 옷 사이에 따로 챙기고, 등은 포장을 믿고 그대로 들고 간 게 결과적으로 제일 편한 방법이었어요.
실제 구매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관을 익명 처리하고 일부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