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오브코리아 큐레이션
미국 교수님 선물, 한복인형과 하회탈 액자로 정한 이유
연말이 다가오면 마음에 걸리는 분들이 있어요. 저한테는 미국에 계신 교수님들이 그랬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신세를 많이 졌는데, 돌아와서는 메일 몇 번 주고받은 게 전부였거든요. 올해는 그냥 넘기지 말자 싶어서 저녁마다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처음 검색창에 친 말은 "미국 교수님 선물"이었어요. 그다음엔 "외국인 교수님 한국 선물", "미국에 보낼 한국 전통 선물". 결과는 많은데 고르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걱정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싸 보이면 어쩌나 하는 것. 교수님 연구실에 놓일 물건인데 공항에서 아무렇게나 집어 온 것처럼 보이면 안 되잖아요. 또 하나는 바다를 건너가는 길이었어요. 깨지거나 액체가 들어 있으면 받는 쪽도 곤란하니까요.
중간에 달력도 들여다봤어요. 한국 그림이 들어간 달력이면 일 년 내내 걸어 두실 테니까요. 그런데 날짜와 요일이 한국 기준이면 미국 공휴일이랑 안 맞을 텐데 싶어서, 문의만 남기고 접었습니다. 도자기 머그도 눈에 들어왔는데 상자 안에서 굴러다닐 걸 생각하니 손이 안 가더라고요.
연구실 책장에 둘 만한 것
결국 남은 건 두 가지였어요. 한 분께는 인형, 다른 한 분께는 액자.

인형은 한복인형-황후로 정했습니다. 비단과 양단류 한복 원단에 금사 자수, 노리개 장식까지 달려 있어요. 높이 34cm, 폭 18cm라 책장 한 칸에 세워 두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크기예요. 자투리 한복 옷감으로 한 벌씩 만들어서 표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어요. 똑같은 게 없다는 말을 붙여도 과장이 아니니까요.
주문 전에 문의 게시판에 한 번 물어보기도 했어요. "미국 교수님께 드리려는데 선물하기에 고급스럽나요?"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이라는 짧은 답이 왔는데, 오히려 그게 믿음이 갔습니다. 부풀리지 않고 말해 주는 게 좋았어요.
다른 한 분께는 작은 2형 액자-하회탈(가로)를 골랐습니다. 국보 121호 하회탈의 양반탈과 부네탈이 나무 액자 안에 입체로 들어가 있어요. 가로 13cm, 세로 9cm라 큰 액자를 기대하면 안 되고, 책상 모니터 옆이나 서가 앞에 기대 두는 크기예요. 그 교수님은 평소 웃음이 많은 분이라 하회탈의 익살스러운 얼굴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 한 줄을 더한 이유
선물만 덜렁 보내기는 아쉬웠어요. 그래서 인형과 액자 앞쪽 아래에 작은 명판을 하나씩 붙이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받는 분 이름, 제 이름, 그리고 영어로 쓴 달과 연도. 받는 분 이름은 다른 글씨보다 조금 크게 넣어 달라고 했어요. 문구를 몇 번 고쳐서 최종본을 다시 보냈는데, 날짜 표기를 깔끔하게 맞추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추가 작업은 상품마다 되는지가 다를 수 있어서, 주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해요.
이름이 들어가니 물건의 성격이 달라졌어요. 그냥 한국 기념품이 아니라 '그해 겨울 그 학생이 보낸 것'이 된 거죠.
상자에는 하나를 더 넣었습니다. 전통무늬펜2종-훈민정음이에요. 훈민정음 서체와 전통무늬를 담은 펜 두 자루가 케이스에 들어 있어서, 누구에게 줄지 정하지 않고 일단 챙겼어요. 연구실에서 펜은 아무리 많아도 쓰이니까요.
![[한국의아침]김홍도 카페텀블러 - 서당](https://img.shopofkorea.com/data/goods/1/2020/12/34460_tmp_badb014ac7bc3f8afc79985719fa4a805224large.jpg)
같이 견줘 봤던 것 중엔 [한국의아침]김홍도 카페텀블러 - 서당도 있었어요. 김홍도의 '서당' 장면이 들어가 있어서 가르치는 분께 드리면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매일 손에 들고 쓰는 물건을 원한다면 이쪽이 더 맞을 수도 있어요. 저는 오래 한자리에 놓여 있을 물건을 원해서 이번엔 뺐지만요.
받은 뒤
박스는 연말 무렵 도착했어요. 인형을 받은 교수님은 연구실 책장에 올려 둔 사진을 보내 주셨습니다. 명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이었는데, 자기 이름이 내 이름보다 크다는 농담이 같이 달려 있었어요. 액자를 받은 교수님은 두 탈 중 어느 쪽이 양반이냐고 물어 오셔서, 답장을 쓰다 보니 메일이 평소보다 세 배는 길어졌고요.
인형, 액자, 펜 모두 깨질 걱정이 적은 물건이라 해외로 부칠 때도 마음이 놓였어요. 오래 연락이 뜸했던 분께 연말 인사를 하고 싶다면, 책장 한 칸을 차지할 물건에 이름 한 줄을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실제 구매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관을 익명 처리하고 일부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