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오브코리아 큐레이션
일본 교수님 선물로 십장생 민화 탁상시계를 보낸 이야기
스승의날을 일주일쯤 앞둔 때였어요.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께는 해마다 작게라도 인사를 드리는데, 올해는 마음에 걸리는 분이 한 분 더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저를 지도해 주신 교수님이에요. 귀국하고도 메일은 가끔 주고받았지만, 제대로 된 선물을 보내 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막상 고르려니 막막했습니다. 일본은 선물을 주고받는 예절이 섬세한 곳이라, 너무 값비싸 보이면 받는 분이 부담을 느끼시고 너무 가벼우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았어요. 해외로 보내야 하니 깨지기 쉬운 것도, 통관이 걱정되는 먹을거리도 빼고 싶었고요.
검색창에 "일본 교수님 선물", "외국인 교수님 스승의날 선물"을 번갈아 넣어 봤습니다. 나중엔 "해외로 보낼 한국 전통 선물"까지 쳐 봤어요. 몇 가지를 견주어 봤는데, 자개 보석함은 너무 화려하고 무거웠고 머그컵은 교수님께 드리기엔 조금 가벼웠습니다. 제가 찾던 건 한눈에 한국 물건인 게 보이면서, 교수님 책상 위에 매일 놓여 있을 만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고른 게 탁상용시계-십장생민화였어요. 자개판 위에 십장생 민화를 담은 작은 탁상시계인데, 가로 13.5cm, 높이 10.5cm, 두께 1.5cm에 무게는 420g이라 책상 한쪽에 두기 딱 좋은 크기입니다. 하드 케이스에 담겨 있어서 멀리 보내기에도 마음이 놓였어요.
십장생도는 장수를 비는 한국 민화의 대표적인 소재예요. 오랫동안 연구실을 지켜 오신 교수님께 "늘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그림으로 대신 드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화면으로만 보고 고른 거라, 솔직히 실물이 괜찮을지는 반신반의했어요.
주문하면서 따로 부탁드린 것들
제가 먼저 받아서 다시 일본으로 부쳐야 했기 때문에 주문하자마자 문의를 남겼습니다. 되도록 빨리 받고 싶다는 것, 선물 포장 옵션은 넣었지만 포장은 하지 말고 포장지와 리본만 따로 넣어 달라는 것이었어요. 해외 배송 중에 포장이 구겨질까 봐, 마지막 포장은 제 손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에어캡도 넉넉히, 그리고 영문 설명서를 꼭 같이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어를 읽지 못하시니 십장생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줄 종이가 필요했어요.
가게에서는 그날 바로 보내 주셨고, 주말을 지나 주초에 상자가 왔습니다. 에어캡을 두툼하게 감은 시계 옆에 포장지와 리본이 따로 들어 있었고, 영문 설명서도 함께였어요. 시계를 꺼내 보니 자개판이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습니다. 그제야 걱정이 풀렸어요. 이 정도면 교수님 앞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시계를 포장지로 싸고 리본을 묶은 뒤, 에어캡을 다시 꼼꼼히 채웠어요. 영문 설명서 옆에는 짧은 일본어 카드를 넣었습니다. 한국에는 5월 15일에 스승의날이 있어서, 그날에 맞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요. 그렇게 상자는 스승의날 무렵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연구실 책상 위로
얼마 뒤 교수님께 메일이 왔어요. 설명서를 읽고 나서야 그림 속 동물과 나무들이 장수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고, 시계는 연구실 책상 모니터 옆에 두셨다고요. 시계 뒷면까지 한참 들여다보셨다는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포장지는 예뻐서 접어 서랍에 넣어 두셨대요. 그 한 줄을 읽고, 포장을 제가 직접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한지 자동필함-학팔각 [청색]](https://img.shopofkorea.com/shop/new/800/1270433944.jpg)
해외에 계신 은사님께 한국다운 물건을 보내고 싶은데 부담은 덜고 싶다면, 매일 눈에 띄는 책상 소품이 무난했습니다. 제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한지 자동필함-학팔각 [청색]이었어요. 목재 바탕에 한지를 입히고 은선과 자개로 학팔각 문양을 넣은 필함인데, 학은 장수와 고결함을 뜻해서 교수님께 드리기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길이 22.2cm로 펜을 넉넉히 담을 수 있어요. 다만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 해외로 보낼 땐 완충재를 더 챙기는 게 좋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라면 금장 책갈피-국보 10종세트를 카드와 함께 곁들여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보 모티프가 담겨 있어 한국 문화유산을 가볍게 소개할 수 있고, 납작해서 상자 한쪽에 넣기도 편합니다.

저는 시계 하나로 충분했어요. 교수님 책상 위에서 매일 시간을 알려 주면서, 가끔은 한국에 있는 제자도 떠올리게 해 줄 테니까요.
실제 구매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관을 익명 처리하고 일부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