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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오브코리아 큐레이션

외국인 친구 선물, 고서 느낌 노트에 모시 조각보 파우치

외국인 친구 선물을 고를 때마다 저는 늘 같은 데서 막혔어요. 태극기 열쇠고리나 냉장고 자석은 친구가 공항이나 관광지에서 이미 다 봤을 거고, 그렇다고 덩치 큰 공예품을 내밀면 받는 쪽이 부담스러워하거든요.

모시 파우치-조각보[연분홍]
모시 파우치-조각보[연분홍]

이번에 선물할 친구는 한국에서 지낸 지 꽤 된 외국인 친구였어요. 같이 걷다 보면 이 친구가 꼭 멈춰 서는 데가 있었어요. 오래된 책방 앞, 한지 엽서가 꽂힌 진열대, 색 바랜 천으로 만든 소품 가게 같은 곳이요. 한번은 이런 말도 했어요. "한국 물건은 오래된 책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아."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검색창에 친 말도 '외국인 친구 선물'이 아니라 '고서 느낌 노트'였어요. 그다음엔 '한국 전통 문구 선물', 그리고 '모시 조각보 필통'을 몇 번이나 고쳐 쳤어요. 인사동도 떠올렸는데, 막상 가 보면 이런 결의 물건은 의외로 구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서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로 했어요.

노트만 주기엔 허전해서

먼저 고른 건 문구였어요. 표지가 낡은 책처럼 보이는 갈색 고서 다이어리, 연꽃이 찍힌 옛노트, 전모를 쓴 여인이 그려진 노트, 월하정인 그림이 들어간 연습장. 펼쳐 놓으니까 그 친구 책상 위가 그려지더라고요.

그런데 노트만 건네면 좀 밋밋할 것 같았어요. 노트랑 같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걸 하나 더 붙이고 싶었죠. 그래서 모시 조각보 필통을 담고, '모시 조각보 파우치'로 다시 검색했어요.

그렇게 고른 게 모시 파우치-조각보[연분홍]이에요. 모시 바탕에 조각보 패치워크를 이어 붙였고, 전통 매듭 장식이 달려 있어요. 지퍼로 여닫는 파우치라 가로 21cm, 세로 14cm쯤 되는 크기에 카드나 립밤, 작은 소지품을 넣기 좋아요. 무게도 50g 정도라 가방에 넣어도 티가 안 나요. 원산지는 중국으로 적혀 있었어요.

모시 파우치-조각보[자색]
모시 파우치-조각보[자색]

색을 하나만 고르려다가 모시 파우치-조각보[자색]도 같이 담았어요. 같은 크기인데 꽃봉우리 모양 매듭 장식이 달려 있어서 분위기가 조금 더 차분해요. 연분홍이 밝고 가볍다면, 자색은 다이어리의 갈색 표지 옆에 두었을 때 더 잘 어울렸어요.

파우치를 고르면서 조각보 이야기를 찾아 읽었는데, 이게 선물할 때 꽤 쓸모가 있었어요. 조각보는 쓰고 남은 천 조각을 버리지 않고 이어서 하나로 완성한 거예요. 친구한테 건네면서 이 얘기를 해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냥 예쁜 천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살림하면서 만든 무늬라는 거요.

카페에서 상자를 열던 날

물건은 깔끔하게 포장돼서 왔어요. 다시 싸지 않고 상자째 들고 집 근처 카페로 나갔어요.

친구는 상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다이어리부터 꺼냈어요. 표지를 손바닥으로 몇 번 쓸어 보더니 "진짜 오래된 책 같다" 하고 웃더라고요. 연꽃 노트, 전모 쓴 여인 노트를 하나씩 넘겨 보고, 월하정인 연습장에서는 그림 속 두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서 한참 이야기했어요.

제일 오래 들고 있던 건 필통이랑 파우치였어요. 조각보 무늬를 엄지로 문질러 보다가 저를 보고 "이거 어디서 샀어?" 하고 묻더라고요. 남은 천을 이어 만든 무늬라고 설명해 주니까 "버리는 걸로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다시 들여다봤어요. 그 자리에서 가방 속 볼펜 몇 자루를 필통에 옮겨 담고, 연분홍 파우치에는 교통카드랑 립밤을 넣었어요. 자색은 아껴 두겠대요.

솔직히 상자를 싸면서 제가 갖고 싶을 정도였어요. 친구도 그게 보였는지 "너도 하나 사"라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또 고른다면

외국인 친구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기념품 하나보다 매일 손에 닿는 물건을 한 가지 테마로 묶어 주는 게 훨씬 반응이 좋았어요. 노트, 필통, 파우치가 다 '옛것' 느낌으로 이어지니까 상자를 열 때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따라 나왔거든요.

다음에는 다이어리 사이에 끼워 줄 금장 책갈피-국보 10종세트를 같이 넣을 생각이에요. 국보 모티프를 담은 책갈피 세트라서 고서 다이어리랑 결이 잘 맞고, 한국 문화재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에도 좋아 보였어요.

금장 책갈피-국보 10종세트
금장 책갈피-국보 10종세트

실제 구매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관을 익명 처리하고 일부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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